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다 보면 "이걸 꼭 외워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실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영어 원서를 읽는 건 단순한 영어 공부를 넘어서, 영어 실력은 물론 사고력, 표현력까지 키워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영어 원서로 아이의 독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 실전 팁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고르기
영어 원서를 읽히고 싶어도 아이가 싫어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주제를 잘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룡을 좋아한다면 공룡 이야기, 마법을 좋아하면 판타지 모험물이 좋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Magic Tree House', 'National Geographic Kids', 그리고 'Fly Guy' 시리즈 같은 책들은 교육적이면서도 스토리도 재밌어서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학년별로 보면, 1,2 학년은 그림이 많고 문장 구조가 반복되면서 단순한 책부터 시작하고, 3,4학년은 짧은 챕터북, 5,6학년은 조금 더 긴 시리즈로 넘어가면 좋습니다. 아이 마다 영어 수준이 달라서 SR 테스트를 통해 내 아이의 독서 실력에 맞는 책을 고를 수도 있지만, 테스트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다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5 finger rule’이라고 해서,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 이하이면 읽기에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주제를 다룬 책을 골라서 한 두 페이지 정도 테스트 해보고 읽으면 됩니다. 이해가 되는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충분합니다.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이미 한국어로 읽은 동화나 이야기를 영어로 다시 읽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용은 익숙하고, 영어는 새로워서 이해도 잘 되고 흥미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줄거리나 배경지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가 몇개 나오더라도 유추가 가능하고, '아~ 영어로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하는 구나.'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여러 번 깊게 읽기
한 권을 다 읽었다고 끝내지 말고, 같은 책을, 특히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책이라면 여러 번 읽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처음에는 이야기 흐름만 파악해도 충분합니다. 그다음엔 세부 내용을 더 꼼꼼히 보게 하고, 마지막엔 주요 표현이나 인물에 집중해서 읽게 해보시면 좋습니다.
오디오북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원어민이 읽어주는 내용을 들으면서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읽고, 두 번째는 한 문장씩 따라 읽고, 세 번째는 혼자 읽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원어민 발음으로 듣다 보면 억양, 리듬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듣기 실력도 덩달아 향상됩니다. 내가 읽는 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의 발음과 원어민의 발음을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억양이 자연스러운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이 없다면 유튜브에서 간단히 책 이름만 검색해도 원서를 재미있게 읽어주는 원어민 영상이나 심지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까지 손쉽게 찾을 수 있으니, 실천만 하면 됩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간단하게 문장을 정리하거나, 주요 표현을 적어보는 활동도 추천합니다. 혹은 "이 책 줄거리 엄마(또는 친구)한테 영어로 이야기해 줄래?" 이렇게 질문하면, 자연스럽게 말하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생각하는 힘 키우기
영어 원서 읽은 후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간단한 활동만 더해줘도 훨씬 효과가 높아집니다. 가장 기본은 독서 기록장 쓰기입니다. 책 제목, 좋아하는 장면, 기억에 남는 문장, 느낀 점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처음엔 한국어로 써도 괜찮고, 익숙해지면 짧은 영어 문장도 괜찮습니다. 그 다음엔 조금 더 창의적인 활동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책 표지 다시 그리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등장인물과 인터뷰하기, 이야기의 결말을 바꿔보기 같은 활동은 아이가 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표현력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스토리 맵’이라고 해서,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거나 인물 관계도를 그리는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소그룹 독서 활동, 일명 ‘북클럽’도 만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친구들끼리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영어로 나눠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다른 친구 의견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력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결과물보다 아이의 참여 자체를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아이가 원서 읽기를 즐기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영어 원서를 재미있게, 그리고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이면 영어 실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독서 능력이 크게 자라납니다.
흥미 있는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고, 부담 없이 반복해서 읽게 해주고, 그다음엔 창의적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하도록 도와주면 어느 순간 아이가 영어 책 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한 권의 영어 원서로 아이의 독서력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